중국 판호 심사, 7년 만에 정상화…K게임 중국 진출 기대감 대표 이미지

중국 판호 심사, 7년 만에 정상화…K게임 중국 진출 기대감

중국 게임 판호 발급량이 2025년 1,771개로 7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한령으로 막혔던 중국 시장의 빗장이 풀리면서 K게임 업계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게임 시장의 관문인 '판호' 심사가 드디어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2025년 중국 국가신문출판서(NPPA)가 발급한 게임 판호는 총 1,771개로, 전년 대비 25% 증가하며 7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한령과 규제 한파로 얼어붙었던 중국 게임 시장이 다시 문을 열면서,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 판호, 중국 게임 시장의 관문

2025년 중국 게임 시장 현황
2025년 중국 게임 시장 현황

판호(版號)는 중국에서 게임을 정식 서비스하기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허가 번호다. 원래 출판물에 부여되던 번호였지만, 게임이 출판물로 분류되면서 모든 게임에 적용됐다. 판호 없이는 중국 본토에서 어떤 게임도 정식 서비스할 수 없으며, 불법 서비스 적발 시 강력한 제재가 따른다.

외국 게임이 중국에서 서비스하려면 '외자 판호'를 별도로 취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 현지 퍼블리셔와의 협력이 필수이며, 심사 기준도 까다롭다. 콘텐츠 검열, 문화적 적합성 검토, 기술 심사 등을 모두 통과해야 최종 발급이 이뤄진다.

판호 심사는 통상 6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된다.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발급 속도가 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런 예고 없이 심사가 중단되기도 한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장이지만, 168조 원 규모의 거대한 파이 때문에 글로벌 게임사들은 여전히 중국 진출을 포기하지 않는다.

2. 한한령, 3년간 막힌 중국 진출길 (2017~2019)

K콘텐츠 8년 족쇄, 한한령
K콘텐츠 8년 족쇄, 한한령

2017년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으로 '한한령(限韓令)'이 시작됐다. 한국 콘텐츠 전반에 대한 비공식적 제재가 이어졌고, 게임도 예외가 아니었다. K-POP 공연 취소, 한국 드라마 방영 금지에 이어 게임까지 중국 시장의 문이 굳게 닫혔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약 3년간 한국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 발급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국내 게임사들은 168조 원 규모의 거대한 중국 시장 진출의 길이 완전히 막혀버렸다. 당시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높았던 게임사들은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 시기 많은 국내 게임사들이 북미, 동남아, 일본 등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역설적으로 한한령은 한국 게임 산업의 글로벌 다변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3. 기관 개편과 첫 번째 동결 (2018)

중국 NPPA의 게임 판호 심사
중국 NPPA의 게임 판호 심사

2018년에는 중국 정부 기관 개편의 여파로 판호 심사 자체가 약 9개월간 중단됐다. 기존 문화부에서 국가신문출판서(NPPA)로 게임 관리 권한이 이관되면서 행정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중국 내 게임사들도 신작 출시가 불가능해지면서 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2018년 판호 발급량은 2,000개 이상이었으나,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기조가 강화되는 신호였다. 특히 미성년자 게임 중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규제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이 시기부터 중국 게임 시장은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무분별한 신작 출시보다 검증된 고품질 게임 위주로 판호가 발급되기 시작했다. 텐센트, 넷이즈 같은 대형사에는 유리하지만, 중소 게임사에는 더욱 높은 진입 장벽이 된 셈이다.

4. 희망의 빛, 판호 재개 (2020)

중국 게임 판호 발급 재개
중국 게임 판호 발급 재개

2020년 말, 약 4년 만에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재개됐다. 당시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을 포함한 외자 게임 44종에 판호를 발급하면서 '게임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양국 관계 개선의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완전한 해빙이 아닌 선별적 허용에 가까웠다. 여전히 한국 게임의 판호 취득은 까다로웠고, 발급 속도도 더뎠다. 판호를 받더라도 출시까지 추가로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회에 국내 게임사들은 조심스럽게 중국 진출을 다시 준비하기 시작했다. 현지 퍼블리셔와의 협상을 재개하고, 중국 시장에 맞는 현지화 작업에 착수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완전한 해빙은 아니었지만, 꽁꽁 얼었던 시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5. 다시 찾아온 규제 한파 (2021~2022)

중국의 게임 '정신적 아편' 규제
중국의 게임 '정신적 아편' 규제

2021년 7월, 중국 정부는 다시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라는 강경한 메시지와 함께 미성년자 게임 이용을 주 3시간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셧다운제'도 시행됐다. 게임 산업 전체가 사회악으로 낙인찍히는 분위기였다.

이 시기 판호 대기 중이던 다수의 K게임들이 중국 진출 일정을 전면 백지화해야 했다. 현지 퍼블리셔와 계약까지 마친 타이틀들도 출시 시점을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게임사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 일본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 선회에 나섰다.

2022년 3월에야 판호 발급이 재개됐지만, 그해 발급량은 512개에 불과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달에 40~50개꼴로, 전성기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중국 게임 시장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6. 2025년, 7년 만의 정상화

2025년 중국 판호 발급 현황
2025년 중국 판호 발급 현황

2025년 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체 판호 1,771개가 발급됐고, 이는 2022년 대비 무려 3.46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 정부가 게임 산업을 다시 진흥시키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안정성'이다. 2025년에는 1월부터 12월까지 단 한 달도 빠짐없이 판호가 발급됐다. 특히 외자 판호는 기존의 '몰아서 발급' 방식에서 '매월 상시 발급' 체제로 전환됐다. 이는 불투명했던 심사 과정이 시스템화되었음을 의미한다.

해외 게임사들이 예측 가능한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언제 판호가 나올지 몰라 마냥 기다리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 합리적인 일정 안에서 중국 진출 로드맵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7. K게임의 귀환, 대표 판호 획득 타이틀

168조 규모 중국 게임 시장을 노리는 K게임
168조 규모 중국 게임 시장을 노리는 K게임

2025년 8월, 한국 게임 3종이 동시에 외자 판호를 획득하며 화제를 모았다. 라인게임즈의 MMORPG '대항해시대 오리진', 에피드게임즈의 수집형 RPG '트릭컬 리바이브', 스마일게이트의 신작 '카제나'가 그 주인공이다. 한 번에 3종이나 판호를 받은 건 한한령 이후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들 게임은 모두 높은 완성도와 차별화된 콘텐츠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글로벌에서 검증된 IP 파워를, '트릭컬 리바이브'는 독특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앞세운다. '카제나'는 스마일게이트의 그래픽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춘다.

이외에도 2024~2025년 사이 여러 한국 게임이 외자 판호를 획득했다. K게임이 다시 중국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성공 사례가 나온다면 후발 주자들의 진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8. 한국 정부의 적극적 판호 확대 추진

한중 정상회담과 게임 업계 해빙 무드
한중 정상회담과 게임 업계 해빙 무드

2026년 1월, 한국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며 중국 내 한국 게임 판호 발급 확대를 공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개선된 분위기를 활용해 '한중 장관급 회의체'를 통해 판호 확대를 요청하기로 한 것이다.

정상회담에 게임업계 인사가 동행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정부 차원에서 게임 산업을 전략적 수출 품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K-콘텐츠의 한 축으로서 게임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보여준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점진적인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시장 재진출 전략을 본격적으로 수립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다만 과거처럼 중국에 올인하기보다, 리스크 분산을 전제로 한 신중한 접근이 주류다.

9. 달라진 중국 시장, 높아진 기술 장벽

2025년 중국 게임 시장 규모
2025년 중국 게임 시장 규모

시장이 열린 것은 분명하지만,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2025년 판호 게임 중 모바일+PC 동시 지원 '멀티플랫폼' 게임이 전년 대비 24% 증가했고, PC 클라이언트 게임도 17.78% 늘었다. '모바일+PC+콘솔'을 모두 지원하는 복합 기기 게임이라는 새로운 분류까지 등장했다.

중국 유명 개발사들은 이미 멀티플랫폼을 표준으로 삼을 정도로 기술력을 고도화했다. 미호요의 '원신', '붕괴: 스타레일', 쿠로게임즈의 '명조: 워더링 웨이브' 등이 글로벌 시장을 휩쓸며 기준을 높여버렸다. 이제 중국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이들과 같은 링 위에 올라야 한다.

단순히 IP 파워에 기대기보다 고품질 콘텐츠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 중국 유저들의 눈높이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다. K게임이 이 장벽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마치며

중국 판호 심사의 정상화는 K게임에게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7년간의 한한령, 두 차례의 동결, 수많은 K게임의 중국 진출 좌절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 시장이 다시 열렸다. 하지만 그 사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예측 가능한 심사 환경 속에서 체계적인 중국 진출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된 만큼, 이제는 '어떻게 들어가느냐'보다 '무엇으로 승부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과거의 성공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항해시대 오리진, 트릭컬 리바이브 등 선발대가 나선 지금, K게임이 다시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공과 실패의 사례가 쌓이면서, 한국 게임 산업의 중국 전략도 한층 정교해질 것이다.